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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개입은 루머라더니…청와대 '수사 대비 시나리오'

입력 2016-11-14 22:48 수정 2016-11-1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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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근거없는 루머'라는 식이었습니다. 이미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에도 이렇게 대응했었죠. 이런 입장은 JTBC가 청와대 자료의 조직적 유출 의혹을 보도하기 전까지 유지되는데요.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금을 유용했다면 처벌을 받아야한다'면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물론 최순실 씨와의 관련성도 모두 부인했습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1부에서 단독으로 보도해드렸던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전해드립니다. 그만큼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비선실세에 대한 검토 의견과 법적 검토라는 두 건의 문건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문건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들어있던 내용입니다.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라는 지침을 주는가 하면 검찰 수사에 대비해서 휴대전화는 어떻게 처리하라는 식의 조언도 포함됐습니다.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특히 증거인멸과 연관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앞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 같은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조택수 기자, 중요한 건 청와대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조직적으로 준비를 하고 대응을 했느냐하는 부분이고, 문서에 그런 정황들이 나타나 있다는 거죠. 문서 내용중에는 증거인멸의 정황이 있다, 그리고 1부에서 이서준 기자와 얘기할 때 이미 짚었지만 이 문서를 누가 작성하도록 지시했느냐에 대해서 대통령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혹이 계속 나왔단 말이죠? 정리해볼까요?

[기자]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10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기 바로 며칠 전입니다. 아직 최순실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인데요.

최 씨에 대한 범죄 혐의를 자세하게 분석해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는 등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은 곳곳에 있습니다.

[앵커]

최순실 씨가 국내로 들어오고 안종범 전 수석이 체포되기 전인데, 이미 그 전에 상황 파악과 대응에 대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들이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보도해드리기 일주일 전입니다.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이 문서는 앞서 보신 것 처럼 일단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사진파일 형태로 들어있던 건데요, 누가 이걸 받아봤는지는 조금 더 조사를 해야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명확한 건 이 문건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적어도 최씨의 태블릿PC의 존재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대로 대응했다는 겁니다.

[앵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문서에서 조언하는 그대로 얘기했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죠?

[기자]

네, 문서에서도 자금 유용 등을 포함해 최씨 혐의는 문제가 없다, 그러니까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선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로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발언을 보면 조언대로 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수석비서관 회의/지난달 20일 :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닙니다.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입니다.]

[앵커]

아무튼 이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건이 작성되고 그로부터 대략 이틀 뒤,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렇게 발언을 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라고 건의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문서를 보면 "법적 문제가 없으니 모두 부인하는 취지로 대응해야 한다", 또 '이후 검찰 수사에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예방할 수 있다"는 표현이 들어있습니다.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대통령과 두 재단이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미리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검찰 수사가 대통령에게 번지는 걸 막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문서를 바탕으로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비교적 자신감 있게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 대통령이 지시해서 이 문건이 작성된 것이냐, 조사를 통해서. 어떻게 봐야 하죠?

[기자]

문서에는 '지시사항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해보니' 라든가 '말씀하신 것을 검토해보니' 같은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들어있기 때문에 "내가 참고하려고 받아본 것"이라고 본인은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부분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을 비서관에게 주면서 이런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통상 대통령에게 쓰는 표현들이라는 점을 볼 때, 결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앵커]

정호성 전 비서관이 아무리 실세 3인방이라고 하더라도, 깍듯하게 존칭을 쓰느냐, '말씀하신 것을 검토해보니' 등의 표현은 안 쓰지 않느냐, 다시 말해서 말씀과 지시의 주체가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죠? 그동안 이미 구속된 안종범 전 수석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서 한 것이다, 이렇게 진술한 부분이 있습니다. 몇 가지 부분에 있어서. 대통령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개입했는지가 핵심 사안이기도 했죠. 이 문서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느냐란 얘기도 나올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상 대통령이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검찰 수사와 대응 방안 등을 직접 챙겼다고 볼 수 있는 건데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아서 입장을 정리해서 내놓은 거라면 대기업 기금 모금이나 최순실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는 과정 등에도 상당히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문서를 누가 작성했느냐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내용을 보면 굉장히 전문적이고, 보통의 상식으로 작성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고, 또한 검찰 수사가 어디어디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마치 수사 경험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민정수석실이 이 문서를 작성했다고 추측이 되는 겁니까?

[기자]

네, 검찰이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휴대전화 속 기록들이 무엇인지, 또 이런 걸 지웠을때 복원이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나왔습니다.

수사를 해본 사람이 아니면 작성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주로 검찰 출신이 많이 있는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앵커]

만약 증거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걸 조언을 했다면 이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필요한 게 뭐고, 지우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어떤 것을 감춰야 되고, 어떻게 감춰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보통 특수수사를 할때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되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래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놓고 검찰과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전혀 예상치못하게 심복 중 한 사람이었던 정호성 전 비서관의 전화에서 나와버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에 보셨던 것처럼 검찰에서 안종범, 정호성 두 사람의 집무실을 직접 압수수색하겠다고 나서니까 청와대에서 거부하면서 결국 이틀 동안이나 압수수색이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 문서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집에 있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응 논리로 인해 정호성 전 비서관이 휴대전화를 집에 옮겨놨을 가능성, 그리고 특히 청와대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앵커]

이 문서가, 세간에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물 중 하나, 최순실씨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기자]

이 문서들은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문서를 찍은 사진파일로 저장돼 있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면 당연히 원본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미 드러난 것처럼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각종 기밀이 담긴 문건들이 최순실씨에게 건네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휴대전화에 사진 파일로 가지고 있었다면 역시 최씨에게 그대로 건네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최순실씨가 국내로 들어왔던 것은 다 아시는 것처럼 태블릿 PC 내용이 보도되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였습니다. 그래서 그 전에 만일 최씨가 알았다면, 다시 말하면 이 문건은 태블릿PC가 보도되기 일주일 전쯤에 작성된 것이라고 하니까 만일 최씨가 그때쯤 이걸 받아봤다면 충분히 대비가 가능한 상황이 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JTBC 취재진도 독일 현지에서 최씨의 행적을 추적했는데요, 저희가 태블릿PC를 보도하기 전까지는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도 하고 긴장된 모습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청와대에서 나서 검토했고,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받아보고 나서 안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조택수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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